글꼴을 고를 때 많은 분이 견본 페이지의 "가나다라마바사"를 보며 예쁜 것을 찾습니다. 그런데 실제로 써 보면 견본에서 예뻤던 글꼴이 발표 자료에서는 답답하고, 평범해 보였던 글꼴이 긴 보고서에서는 훨씬 편하게 읽히는 일이 자주 생깁니다. 글꼴은 혼자 보는 그림이 아니라, 어떤 크기로 어디에 놓이느냐에 따라 전혀 다르게 읽히기 때문입니다.
이 글에서는 용도별로 무엇을 먼저 확인하면 되는지 정리했습니다. 특정 글꼴을 추천하기보다 어떤 글꼴 앞에서든 쓸 수 있는 기준을 적었습니다.
먼저 정할 것: 얼마나 크게, 얼마나 길게
글꼴을 고르기 전에 두 가지만 정해 두면 후보가 확 줄어듭니다.
- 글자가 얼마나 크게 보이나요? 멀리서 보는 포스터 제목인지, 손에 든 휴대폰의 작은 글씨인지에 따라 어울리는 글꼴이 다릅니다.
- 한 번에 얼마나 길게 읽나요? 한 줄짜리 제목과 열 쪽짜리 보고서는 필요한 것이 완전히 다릅니다.
크고 짧은 글에는 개성이 강한 글꼴도 괜찮습니다. 작고 긴 글일수록 눈에 띄지 않는 평범한 글꼴이 이깁니다.
포스터와 썸네일
멀리서 한눈에 읽혀야 하는 제목에는 굵고 획이 단단한 글꼴이 좋습니다. 가는 글꼴은 크게 키워도 멀리서 보면 획이 흐려지고, 배경 사진 위에 올리면 더 쉽게 묻힙니다.
- 제목은 굵기를 한껏 올리고, 부제목과 정보는 같은 글꼴의 보통 굵기로 내려서 차이를 만드세요. 서로 다른 글꼴 네 개를 쓰는 것보다 한 글꼴의 굵기 두세 개를 쓰는 쪽이 훨씬 정돈돼 보입니다.
- 글자를 아주 크게 키우면 글자 사이가 실제보다 벌어져 보입니다. 이때는 자간을 조금 좁히면 제목이 한 덩어리로 읽힙니다.
- 공연이나 행사처럼 분위기가 중요한 포스터라면, 둥근 글꼴이나 움직임이 있는 글꼴처럼 성격이 뚜렷한 것을 제목에만 쓰고 나머지는 평범한 글꼴로 받쳐 주세요.
긴 문서와 보고서
몇 쪽씩 이어지는 글에서는 "눈이 덜 피곤한가"가 가장 중요합니다.
- 종이에 인쇄한다면 바탕체(명조 계열)를 먼저 고려해 보세요. 획 끝의 작은 꺾임이 글줄을 따라가는 눈을 이끌어 줘서 긴 글이 덜 지루하게 읽힙니다.
- 화면으로 읽는다면 돋움체(고딕 계열)가 무난합니다. 해상도가 낮은 화면에서는 가는 바탕체의 획이 깨져 보일 수 있기 때문입니다.
- 본문은 너무 가는 굵기를 피하세요. 견본에서는 세련돼 보이지만 작은 글씨로 길게 읽으면 금방 피곤해집니다.
- 한글은 줄 간격을 넉넉하게 두는 편이 읽기 편합니다. 글자 크기의 1.6배에서 1.8배 정도를 출발점으로 잡아 보세요.
앱과 웹 화면
화면 속 글자는 메뉴, 버튼, 안내 문구처럼 작은 크기로 쓰이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때 확인할 것은 세 가지입니다.
- 작게 줄여도 또렷한가. 실제 화면에 쓸 크기, 보통 12~16픽셀 정도로 줄여서 비교해 보세요. 큰 견본에서 차이가 없던 글꼴도 작아지면 차이가 확 납니다.
- 굵기가 충분한가. 제목, 강조, 본문, 보조 문구를 구분하려면 적어도 세 단계 굵기가 있으면 편합니다.
- 영문과 숫자가 잘 어울리나. 화면에는 한글만 있지 않습니다. 영어 이름, 날짜, 가격이 한 줄에 섞였을 때 높이가 들쭉날쭉하지 않은지 꼭 확인하세요.
표와 숫자
가격표, 일정표, 성적표처럼 숫자를 세로로 맞춰야 하는 곳에서는 숫자 폭이 모두 같은 글꼴이 필요합니다. 숫자 폭이 제각각이면 1과 8의 너비가 달라서 자릿수가 같아도 줄이 삐뚤어집니다. 글꼴 설명에 "고정폭 숫자"나 "타뷸러(tabular) 숫자"라는 말이 있는지 찾아보세요.
칸이 좁은 표라면 가로로 좁은 장체(콘덴스드)를 쓰면 글자를 줄이지 않고도 더 많이 넣을 수 있습니다. 글자 크기를 무작정 줄이는 것보다 훨씬 잘 읽힙니다.
비교할 때는 같은 문장을 같은 크기와 같은 굵기로 놓아 보세요. 제목만 키워서 보면 본문에 쓸 때의 모양을 알기 어렵습니다. 휴대폰에 쓰려면 실제 휴대폰 너비에서 한 줄이 어디서 끊기는지 보고, 인쇄할 문서라면 한 쪽을 출력해 확인하는 편이 낫습니다. 숫자가 많은 화면은 날짜와 금액을 넣고 세로 줄이 맞는지도 살펴보세요.
상황별로 한눈에
| 쓰는 곳 | 먼저 볼 것 | 어울리는 종류 |
|---|---|---|
| 포스터·썸네일 제목 | 멀리서도 읽히는 굵기 | 굵은 돋움, 성격 있는 제목용 글꼴 |
| 인쇄하는 긴 문서 | 오래 읽어도 편한가 | 바탕(명조) 계열 |
| 화면으로 읽는 글 | 작은 크기에서 또렷한가 | 돋움(고딕) 계열 |
| 앱·웹 메뉴와 버튼 | 굵기 단계, 영문·숫자 조화 | 굵기가 많은 돋움 |
| 표·가격·일정 | 숫자 폭이 같은가 | 고정폭 숫자 돋움, 장체 |
| 코드·터미널 | 모든 글자가 같은 칸인가 | 고정폭 글꼴 |
글꼴을 고른 다음
최종 후보는 실제 문서나 화면에 적용해 보세요. 글꼴을 바꾸면 줄바꿈과 표의 높이가 달라질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행사 안내문에 날짜와 장소를 넣었을 때 한 줄이 두 줄로 넘어가면, 제목만 잘 보이더라도 전체 배치는 다시 맞춰야 합니다. 가격표에서는 가장 긴 상품명과 가장 큰 금액을 함께 넣어 칸이 넘치지 않는지 확인하세요. 앱 버튼에서는 번역된 문구가 길어졌을 때도 글자가 잘리지 않아야 합니다.
팀과 파일을 주고받는다면 상대방의 컴퓨터에서도 같은 글꼴을 쓸 수 있는지 확인하세요. 화면을 그대로 전달해야 하는 문서는 PDF로 내보내 결과를 확인하는 편이 좋습니다. 배포하거나 함께 작업할 때 필요한 사용 조건은 무료 폰트 받고 쓰기에서 확인할 수 있습니다.
하다 산스는 화면의 메뉴와 본문에, 하다 바탕은 긴 글에 쓸 수 있습니다. 좁은 표에는 하다 콘덴스드, 코드에는 하다 모노가 맞습니다. 제목에 움직임이 필요하다면 춤추는사람들도 살펴보세요. 각 가족 페이지에서 실제 문장을 넣어 보고 고를 수 있습니다.